태양의 황금 사과 - 레이 브래드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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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황금 사과 - 예스24

 

2024.09.02 -

 

 

안개고동

 

p13

먼 옛날 어느 날, 한 사람이 이곳으로 걸어와서 햇빛이 비추지 않는 차가운 해변에 섰다네. 그는 바다의 소리를 들으며 말했지. '물 건너에 있는 배들에게 경고를 보낼 목소리가 필요하겠어. 내가 하나 만들어 보지. 모든 시간과 존재하던 모든 안개와 같은 목소리를 만들겠어. 밤새 텅 비어 있는 침대 옆자리 같은 목소리를, 문을 열었을 때 텅 비어 있는 집과 같은 목소리를, 가을이 되어 이파리가 전부 떨어져 버린 나무 같은 목소리를 만들겠어. 지저귀며 남쪽으로 날아가는 철새 같은, 11월의 바람과 차가운 돌투성이 해안에 와서 부딪치는 바다 같은 목소리를 만들겠어. 너무 외로워서 그 누구도 지나치지 못할 목소리를, 듣는 모두가 영혼으로 울게 할 목소리를, 화덕이 더 따뜻하게 보이게 하는 목소리를, 멀리 떨어진 마을 사람들이 소리를 듣고 집 안에 있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목소리를 만들겠어. 사람들은 그 소리와 기구를 안개 고동이라고 부를 테고,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영겁의 슬픔과 삶의 덧없음을 깨닫게 될 거야.'

 

p17

알 수 있었다. 알게 되었다. 백만 년 동안 홀로 기다리는 마음을, 결코 돌아오지 않을 누군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바다 아래에서 보낸 백만 년 동안의 고독, 그곳에서 보내는 돌아버릴 것 같은 시간. 하늘에서는 익룡들이 사라지고, 육지에서는 늪지대가 말라붙고, 나무늘보와 검치호랑이들이 자신의 시대를 누린 후 타르 웅덩이 안에 가라앉고, 인간들이 흰개미처럼 개밋둑에서 쏟아져 나오는 데 걸린 시간.

 

항상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항상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지.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것이 무엇이든 그걸 파괴해 버리고 싶어지지. 더 이상 자신에게 상처 입히지 못하도록 말이야.

 

 

황야

p54

화성에서 들려온 소리는 해가 뜨지도 지지도 않는, 언제나 암흑 가운데 해가 떠 있는 밤을 통해날아왔다. 그리고 화성과 지구 사이의 어디선가 소리의 대부분이 사라져 버렸다. 아마도 지나가는 유성우로 인한 전자기장에 휩쓸려 버렸든가, 빗발치는 은빛 유성우의 장막에 가려진 모양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사소한 단어, 중요하지 않은 단어들은 전부 휩쓸려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는 단 하나의 단어만을 그녀에게 전달해 주었다.

... 사랑 ... 

 

 

새로운 땅에서 집을 지을 수 있게 한 것도,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워 ... 광활한 우주에서 닿은 단어도 딱 하나 사랑임 ... ㅠㅠ

 

자수

p118

그 불길이 그녀의 흰 살결이라는 직물을, 뺨의 분홍색 자수를 뜯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심장을 찾아냈다. 불길로 수놓은 부드럽고 작은 장미를. 불길은 살점을 태우고, 수놓은 꽃잎을 뜯어냈다. 섬세한 꽃잎을 한 장씩 ... 

 

흑백 친선 야구시합

p138

모든 것이 얼어붙었다. 아주 잠시.
하늘에 떠 있는 태양, 배들이 오가는 호수, 관중석, 공을 던진 다음 손을 아래로 내리고 있는 마운드 위의 투수. 힘세고 검은 손으로 공을 들고 있는 빅 포가 있었다.